일본의 셰일가스 도입과 미국의 관계
일본의 셰일가스 도입과 미국의 관계 에 관한 글 입니다.
유럽을 순방 중인 아베의 발언이 또 한국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고 한다. 자세하게 살펴보지는 않았는데 '유럽과 아시아는 사정이 다르다. 일본은 아시아 국가들과 평화협정을 맺고 경제협력을 통해서 충분한 보상을 했다'는 것이였고, 물론 한국 언론들은 반발하고 있더라.
보상이 문제가 아니라 진정성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아베 내각은 아마도 '또 그 소리냐? 무슨 앵무새냐?' 라고 단칼에 맞받아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아베는 다보스포럼에서도 공언하기를 '아베노믹스는 전진하고 있다. 규제타파를 위한 드릴의 날은 최대 속력으로 회전하고 있다.' 라고 강조하면서 자신의 경제정책에 대한 자신감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리고 내년부터 법인세를 단계적으로 감면하여 최종적으로는 20% 선으로 낮추겠다고 한다.
국가전략특구를 창설한다던지, 노동생산성의 향상을 위한 노동법제를 개혁한다던지, 말하자면 아베노믹스의 세번째 화살이 장전되고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아베는 경제성장을 위해서 원전재가동이 불가피하는 점은 강조하고 가장 엄격한 검사를 통과한 원전에 대해서는 금년 내에 재가동에 돌입하겠다고 주장했다. 영국에서도 이같은 뜻을 재차 밝혔고 영국의 캐머런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갖고 영국 원자력산업에 도시바를 투입시켰다.
아베가 원전재가동을 고집하는 이유인즉슨 늘어나는 일본의 무역적자 때문이다. 사실 일본은 항상 막대한 무역흑자를 거두던 나라였고 90년 대 후반에 동아시아 외환위기라는 쓰나미가 몰아닥치고 한국이 IMF로부터 신탁통치를 받는 처지로 전락했을 때에도 일본은 매월 1조 엔을 상회하는 무역흑자를 쓸어담으며 우리에게 외환위기란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과시하던 나라였다.
일본이 무역적자를 기록한 해는 오직 1,2차 오일쇼크 때였고, 사실 오일쇼크의 충격으로 고도성장하던 일본경제의 예기가 한 풀 꺽이어 안정성장으로 접어들기는 하였으나 당시 일본의 성장세는 구미열강들의 그것과 비교하더라도 상당히 양호한 것이였다.
그런데 2008년에 리먼 사태로 인해서 촉발된 살인적인 엔다카, 말하자면 달러가 불안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엔화를 대거 매수하고 결과적으로 엔화의 가치가 다락같이 상승하는, 달러당 70엔 대까지 치솟아올랐기 때문에 일본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이 죽어나다시피 했던 것이고, 설상가상으로 도호쿠 대지진이라는 재앙까지 몰아닥쳤다.
원전이 모두 중단되는 바람에 LNG의 수입량이 급증하면서 무역적자가 크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지금도 일본 무역적자의 60%가 LNG 수입으로 초래된 비용이므로, 아베의 입장에서 이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일본은 원전재가동 이외에도 북미산 천연가스를 수입하고자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미국같은 경우에는 셰일혁명으로 천연가스의 가격이 중동산 천연가스의 3분의 1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에, 말하자면 북미산 천연가스를 대량 수입함으로써 에너지수입으로 인해 초래되는 무역적자를 일소하고 중동산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협상의 테이블에서 가격에 대한 협상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미국은 에너지를 엄격하게 관리하여 금수품목으로 지정해왔었는데 일본에 대해서는 에너지수출을 허용했고, 지금 일본 기업들은 막대한 현금을 동원하여 LNG 개발시설과 수출인프라 구축에 뛰어들고있다.
말하자면 수평시추법이나 수압파쇄법 따위의 공법으로 유정에서 시추한 천연가스를 액화시켜서 압축한 후에 탱크로 수송하는, 미국의 해안가에 들어설 대규모의 수출인프라 건설과 운영에 참가하면서 동시에 지분을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아직까지 수출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했고 해당 분야에서 특화된 일본의 기술력을 빌리고 있는 상황이다. 말하자면 지하 3km 아래에 흩어져있는 천연가스를 빨아올리는 작업은 고도의 첨단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이고, 그러한 점에서 일본의 기술력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일본에게 천연가스 수출을 허용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우선 셰일가스를 시추하기 위해서는 수 킬로미터의 지하로 파고들어야 하는데 그런 강관 파이프는 신일철주금이 만들 수 있다. 지하에서 채취한 천연가스를 정제하는 과정을 거쳐야하는데 정제 플랜트는 스미토모정밀공업과 고베제강이 만든다. 관련 설비에 알루미늄 구멍을 뚫는 것도 일본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것이고, 천연가스를 수납하는 압축탱크의 소재는 탄소섬유인데 이 분야에서는 도레이 첨단소재나 테이진, 미쓰비시 레이온이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리고 대형 탱크선박으로 천연가스를 운송하게 되는데, 이 선박의 주요 재료인 알루미늄 강판 역시 코가스카이와 같은 일본 기업들이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셰일가스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물을 소모하게 되는데, 중국은 물부족 떄문에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있다고 한다. 하여튼 대량의 물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질소를 사용하게 되는데 재료가스 분야도 타이요닛산이 특화한 분야이다. 그 외에도 히타치건설기계라던지 코마츠같은 중장비업체들이 셰일가스 채굴현장에 첨단 장비들을 투입하고 있는 중이고, 캐터필러처럼 거대한 건설기계장비에 사용되는 초대형 타이어는 일본 브리지스톤이 공급한다.
이런 식으로 미국도 일본이 보유한 기술력과 머니파워를 빌려서 수출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수출허가요청에 대해 인허가를 때린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일본의 조선사들은 북미산 천연가스를 수입해올 LNG 탱커 수주를 위한 채비를 갖추고있다. 미쓰이조선이나 재팬 마린 유나이티드같은 LNG 탱커 건조를 위해서 조선소를 개조하고 있는 중이고 재팬 마린 유나이티드는 향후 3년 간 10억 엔을 투입하여 벌크선이나 오일탱커를 건조하던 조선소를 LNG 탱커를 건조하는 조선소로 개조할 방침이고 미쓰이조선 역시 막대한 현금을 투자하여 LNG 탱커 건조를 위한 최신설비를 갖추고 있다.
북미산 천연가스를 액화해서 일본으로 들여올 LNG 탱커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현재 일본이 확보한 물량을 들여오는데 필요한 LNG탱커만 하더라도 40척 가량이라고 하고 세계적으로는 300척이 넘는 LNG 탱커가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미쓰이상선같은 해운사들은 자연스럽게 LNG 탱커 발주를 늘릴 것이고 미쓰이조선같은 조선사들은 LNG 탱커를 대량수주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일본이 확보한 물량만 해도 일본의 천연가스 전체소비량의 30%에 달한다고 하는데 일본은 북미산 천연가스를 최대한, 장기적으로 수입하겠다는 방침인만큼 앞으로 수입물량은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일본이 북미산 천연가스를 수입함으로써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넘어서야 할 난관이 하나 있는데 다름아닌 파나마운하 확장이다.
현재 파나마운하는 폭 32m의 선박 밖에는 다닐 수가 없어서 거대한 LNG 탱커는 운하를 지나갈 수가 없다. 그래서 일본은 파나마 운하 확장공사에 머니파워를 총동원하고 있다.
운하를 확장하는데 요구되는 공사비가 토탈 52억 불인데, 파나마 정부는 그 중에서 23억 불을 해외에서 조달하고있고 일본은 일본국제협력은행을 통해서 8억 불을 지원하는 파나마운하 확장공사의 최대대출국이다. 그러고도 100억 엔을 추가로 지급하겠다고 하고있다.
일본이 파나마운하 확장에 베팅하는 이유인즉슨 파나마운하를 이용하지 못하면 수에즈운하나 희망봉루트를 이용해야하는데, 그렇게 되면 수송비용이 커지므로 북미산 천연가스 도입의 효과가 상실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은 막대한 현금을 동원하여 파나마운하 확장공사를 지원함에 동시에 파나마정부에 대해서 여러가지 요구를 하고있다. 너비가 50m인 LNG탱거가 지나갈 수 있도록 규모를 키우라고 요구하고있고 운임비용도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통과폭의 너비를 50m까지 확장하라고 요구하고있는 이유는 50m면 거대한 LNG 탱커인 Q-플렉스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고 Q-플렉스는 49m 짜리 LNG 탱커와 비교했을 때 한 번에 수송할 수 있는 LNG의 물량이 38%나 많기 때문에 Q-플렉스를 투입해야 돈이 남는 것이다.
그리고 U.S 에너지를 수입하는 국가에게는 핵우산과 맞먹는 미국의 강력한 쉴드가 보장된다. 북미산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루트는 당연히 미국의 방위망에 포함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은 북미산 천연가스를 대량 수입하면서 수송루트의 안보에 신경써야 한다는 명분으로 집단적 자위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일본이 책임을 분담하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말하자면 '다른 것도 아니고 에너지를 수입하는데 집단적 자위권 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라는 것이 일본의 주장이고, 미국은 '그럼 그렇게 합시다' 라고 선뜻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 추세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전통적 시각에 의하면 일본은 극동의 불침함모이고 미국이 추진하는 아시아-태평양 리밸런싱 전략에서 일본의 위치는 과거 동서냉전 시기의 영국과 같다. 자연히 몸값이 오르고있다. 아베 신조는 지금이야말로 일본 국운 재상승을 위한 천우신조의 기회라고 쾌재를 부르짖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에너지를 수입하는 문제에도 각자의 이해관계들이 얽히고 설켜있다. 과연 한국은 열강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동북아시아에서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가지고있는 것인지, 또 일본은 아베 신조의 공언처럼 기사회생할 수 있을 것인지, 다시금 환태평양의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인지 몹시 기대된다.